“거기서 처음부터 네 인생을 새로 쓰면 돼.”
경계 너머, 자유를 향해,
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세 청춘의 뭉클한 여정
나쓰메 소세키, 다자이 오사무 등 일본문학 걸작들을 옮기며 신뢰받는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로 널리 사랑받아 온 정수윤의 첫 장편소설 『파도의 아이들』이 출간되었다. 『파도의 아이들』은 세 명의 10대 주인공 ‘설’, ‘광민’, ‘여름’이 북한의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그렸다. 자기 앞에 주어진 녹록지 않은 현실에 굴하지 않고, 끝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앞날을 선택하고자 한 세 청춘의 성장이 생생하게 펼쳐진다. 13년 동안 100여 명에 달하는 실제 탈북 청소년들을 인터뷰한 작가의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, 이들이 마주해야 했던 고난과 좌절, 이별의 경험과 그럼에도 끝내 포기할 수 없었던 절실함이 담겨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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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리게 흔들리면서도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 푸른 선. 하늘과 맞닿은 곳에 가늘게 펼쳐진 물의 선. 수평선이었다. 바다다……. 난생처음 보는 바다였다. 뭐라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. (202면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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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 그저 바다가 보고 싶었고, 바다 옆에서 살고 싶었고, 그래서 떠나왔을 뿐인데. 광민이가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고 했을 때, 갑자기 내 안에서 모든 게 명료해졌다. 당장 가자. 바다를 보러. (206면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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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는 말 없이 한 방향을 향해 걸었다. 눈에 보이진 않지만,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는 곳을 향하여. (…) 우리의 비늘이 이따금 달빛에 반짝였다. 달빛을 저어 나가며, 나는 생각했다.
이 길의 끝에 바다 따위 나오지 않을지도 몰라.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에서 매번 그랬던 것처럼, 우리가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것들은 언제나 우리가 다가가는 만큼 더 멀리 도망가니까. 어쩌면 바다라는 이름도, 누군가 지어낸 아름다운 환상에 불과한지도 몰라. 자유나 평화나, 그런 꿈같은 이름들이 늘 실체 없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 것처럼. (209면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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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다는 공평하게 우리 모두에게 인사했다. 똑같은 언어로. 똑같은 뜻을 전하며. 안녕, 안녕, 안녕. 반가움에 그대로 바다를 향해 달렸다.
(…) 여기서 보니 전부 다 하나였어. 너와 나, 물과 물고기, 달과 바다. 그 모든 게 다 하나야. 모든 게 다 이어져 있어.
코에 가져다 대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하고, 손을 뻗어 쥐어 보기도 하고, 또 그걸 입에 가져가 먹어 보기까지 했지만, 여전히 우리는 바다에 대해 완전히 알 수 없었다.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, 이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. 바다는…… 바다는 정말로…… 이 세상에 있었다. 이렇게 출렁이고 있었어.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, 그리고 아마도 내가 죽어서도 출렁이고 있겠지. 그저 영원히 무언가를 이어 주는 이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뜨겁게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. (210~211면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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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우리는 우리가 결정하지 않은 세상 따위 원하지 않아. 여기가 바로, 우리의 나라야!”
(…)
우리 셋은 진심을 담아, 우리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, 밤바다를 향해 다 함께 외쳤다.
“여기가 바로, 우리의 나라야!”
철썩, 철썩, 철썩.
우리는 들었다. 우리에게 다가오며 온몸으로 답하는 바다의 소리를. 이 바다에서 모든 건,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. (212~213면)
파도의 아이들
작가의 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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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수윤 지음